AI의 등장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Chat GPT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적 도구의 수준을 넘어, 인간의 지능적 활동을 폭넓게 보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이후 Gemini, Claude, Copilot의 등장까지, 우리 일상 전반에 AI가 파고들며 단순 업무 지원을 넘어 개인 비서 역할까지도 가능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인공일반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며,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을 때 기업 차원에서 어떤 기회가 생기고, 어떤 변화를 마주하게 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AI는 이제 소프트웨어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로봇·기계 등 물리적 장치와 결합해 실제 세계에서 스스로 인식, 판단, 행동하는 '피지컬 AI'의 차원으로 발달해 다양한 산업의 생산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HD현대 역시 그간 주요 사업에서 쌓아온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 지식과 노하우를 AI에 학습시켜 다양한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향후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AI 솔루션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AI 기술을 접목시킨 제품으로 차별화 전략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 AIX 달성으로 시너지 창출과 초격차 경쟁력 확보 노력
HD현대는 조선, 건설기계, 일렉트릭, 에너지 등 주력 사업 전반에 걸쳐 신속하고 효율적인 AI 기술 도입이 요구되는 시점이었던 2022년, AI 기술 개발 및 적용을 본격화하기 위한 HD한국조선해양 내 AI 전담 조직을 구축했다. 그리고 2025년 11월, AI Transformation(이하 AIX)의 본격적인 가속화를 위해 AI 전담 조직을 ‘AIX추진실’로 재편하고 대표이사 직속 기관으로 격상했다.
AIX추진실의 최우선 과제는 인적 역량 강화로 최고경영층부터 신입사원에 이르기까지 전사적인 AI 기술 역량의 상향 평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과거 개별 현장에서 단편적으로 적용되던 AI 솔루션들을 상호 연계해 전사 차원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한편, 다양한 차세대 설계·생산 플랫폼에 AI 기술을 이식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조선업계의 핵심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인력 감소, 중국 대비 가격 경쟁력 약화, 초격차 기술 간극 축소 등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AI 기술을 제조 현장에 본격적으로 융합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HD현대의 조선 계열사들은 설계 및 생산 전반에서 혁신적인 생산성 향상을 통한 리드타임 단축, 원가 경쟁력 확보, 콤팩트 오퍼레이션을 통한 운영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멘스의 CAD.PLM, 엔비디아의 그래픽 기술, HD현대삼호의 LNG운반선 3D 모델 렌더링을 활용한 AI 기반 선박 설계 및 시뮬레이션 사례 (출저: 엔비디아 블로그)
■ 설계부터 현장까지 AI로 연결
HD현대는 조선소 운영 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역량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 중 하나가 ‘조선 AI 명장 Agent’다. ‘조선 AI명장 Agent’는 HD현대중공업 및 HD현대삼호의 설계, 생산 전문 기술자들의 지적 역량을 수집하고 연계해 하나의 통합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조선업 전반의 지식을 학습하고, 밸류체인 내 설계·생산·품질·안전 등 핵심 프로세스에서 실제 명장처럼 적재적소에 최적의 판단을 내리는 ‘행동형 AI 에이전트’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HD현대는 산업 특성에 맞춘 영상 데이터 수집 및 관리 기준을 정립하고, 다양한 학습용 AI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고 있다. 현장의 영상 데이터를 통해 생산 노하우를 자산화하는 한편, 설계와 생산 에이전트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종합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에이전트 간 연계를 뒷받침할 핵심 기술인 MCP(멀티에이전트 협업 플랫폼), A2A(에이전트 간 통신) 등의 기술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실제 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피지컬 AI’도 본격 실현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HD현대로보틱스가 개발한 용접 로봇은 비전 AI 기술을 활용해 용접 결과물을 촬영하고, 불량 구간과 불량 유형을 스스로 인식해 데이터로 저장한다. 이를 통해 작업자가 대규모 생산 현장에서 용접 상태를 일일이 육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AI가 도출한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품질 검사에 소요되는 리소스를 대폭 절감하고 검증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현재 조선 생산 현장에서도 이와 같은 용접 로봇을 도입해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기존의 로봇 용접은 사전에 입력된 조건대로만 작업을 수행해 실시간 대응에 한계가 있었던 반면, HD현대는 용융풀(용접 시 열로 인해 금속이 녹아내린 부분) 영상과 로봇 데이터를 실시간 융합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결함을 즉시 감지하고 보정하는 AI 피드백을 적용해 자동 품질 관리 시스템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HD현대 조선소에서 로봇이 작업하고 있는 모습
아울러 대형 중량물을 다루는 크레인을 비롯해 공장 내 다양한 주요 장비에 피지컬 AI를 접목하고자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장 적용까지의 주기를 대폭 단축시켜 나가고 있다. 특히 조선소 크레인은 단순히 인양 위주의 반복 작업을 하는 장비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대형 중량물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이송하는 핵심 설비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숙련된 작업자의 경험에 의존해 중량물 형상, 체결 조건, 크레인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고난이도 작업이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숙련공의 판단 과정과 작업 지시 데이터를 자산화해 디지털 트윈 기반의 시뮬레이션을 구현하고, 크레인과 중량물, 와이어, 체결 조건, 주변 구조물 간의 복잡한 물리적 상호작용까지 실시간으로 모델링해 작업의 정밀도와 안전성을 대폭 끌어올리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장의 시각 정보와 작업자의 언어 지시를 통합적으로 해석하고, 크레인의 최적 작업 계획으로 이행시키는 ‘피지컬 AI 기반의 지능형 운용 체계’로 고도화 중이다. 이러한 기술적 도약은 궁극적인 지향점인 자율 운영 조선소, 즉 미래형 첨단 조선소 구축을 견인할 핵심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더해 자율 굴착 건설기계 개발을 통해 인프라 건설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도 제시하고 있다. HD현대의 차세대 자율 굴착 기술은 다양한 센서 정보를 통합적으로 해석하고, 작업 계획 수립부터 장비 제어에 이르는 전 과정을 단일 AI 모델이 독립적으로 수행하도록 구현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복잡하고 비정형적인 건설 환경에서도 사람과 유사한 판단과 정밀한 작업이 가능하다. 특히 현장에서 축적되는 작업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학습해 성능을 스스로 고도화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형태의 건설 현장에서 안전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한편, 산업 전반의 고령화 및 인력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조종석에 운전자가 없는 무인 자율 굴착기를 북미 건설장비 전시회인 '콘엑스포 2026'에서 시연하고 있는 모습
■ AI 필수 시대, HD현대의 Next AI 전략은?
HD현대는 단기적으로 AI 전환을 목표로 전 계열사의 AI 역량 상향 평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그룹 내 전 사업 분야에서 AI 기술을 적용해 양질의 산업 데이터를 확보함으로써, 이를 기반으로 근본적인 AI 기술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미래형 첨단 조선소 구현을 위해 용접, 도장 등 주요 제조 공정에 산업 특화형 ‘피지컬 AI’ 도입을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생산, 설계 일관화 플랫폼에 독자적인 AI 기술을 접목하면서 디지털 제조 중심의 AI 시뮬레이션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단순한 업무 보조 수단으로서의 도입을 넘어 AI를 경영 및 운영 체계의 중심에 두는 ‘AI 네이티브(AI Native)’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고도화된 AI 개발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HD현대로보틱스 용접 로봇 및 HD건설기계의 무인 굴착 기술 개발 및 실증, 스마트팩토리 구현 등이 있다. HD현대는 축적된 독보적인 생산 노하우를 디지털 자산화하면서, 향후 철저히 AI 데이터 기반으로 구동되는 제조 현장을 완성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