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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은 더 단단하게, 고박은 없앴다”…HD현대, 세계 최초 ‘래싱프리 컨테이너선’ 상용화

2026.10.26

컨테이너운반선은 화물, 즉 컨테이너를 유실 없이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작업자가 철제봉을 가지고 직접 수십 톤에 달하는 컨테이너를 하나하나 고정시킨다. 이 작업을 '래싱(Lashing)'이라고 한다.

래싱은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컨테이너가 고정되는 강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선박이 높은 파도나 강한 바람을 만나 크게 움직이면 컨테이너와 고정 장치에 상당한 하중이 가해지며 컨테이너가 해상으로 유실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해운협회(WSC)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해상 유실 컨테이너량은 연평균 1,274개에 달하며, 이는 1조 원의 화물가치에 해당한다. 컨테이너 유실은 화물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유실된 컨테이너가 해상에 떠다니거나 수면과 가까운 수중에서 잠겨 있을 경우 운항 중인 선박과 충돌해 선체에 피해를 줄 수 있으며, 위험물질을 실은 컨테이너가 유실되는 경우에는 내용물이 바다로 유출되며 해양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더해 래싱 작업은 다수의 컨테이너를 일일이 고정하고 해체해야 하는 만큼 상당한 시간과 인력도 소모된다. 또한, 작업자가 미끄러운 갑판 위에서 작업해야 하고, 높은 곳에 위치한 컨테이너를 고정하기 위해서는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HD현대는 이러한 문제를 모두 해결한 신개념 ‘래싱프리(Lashing Free)’ 컨테이너선을 개발했다. 선박의 구조를 바꿔 별도의 래싱 작업 없이도 컨테이너를 안정적으로 고정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HD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기술을 개발했으며, HD현대삼호는 최근 이 기술을 적용한 첫 선박을 성공적으로 건조해 프랑스 선사에 인도했다.



셀가이드 갑판 위까지 확장해 수작업 래싱 제거…화물 유실 방지·적재 효율 향상
기존 컨테이너운반선은 컨테이너를 탑재할 때 먼저 선체 내부에 설치된 ‘셀가이드(Cell Guide)’에 맞춰 컨테이너를 쌓는다. 셀가이드는 컨테이너의 크기에 맞게 설치되며, 컨테이너를 수직으로 정렬하고 좌우 움직임을 막아주는 일종의 ‘레일’이다. 따라서, 셀가이드에 맞춰 탑재되는 컨테이너에는 별도의 고정이 필요하지 않다. 내부 적재를 마친 이후에는 갑판에 해치커버(Hatch Cover)를 덮고, 그 위에 컨테이너를 추가로 쌓고 래싱 작업으로 컨테이너를 고정시킨다.

래싱프리 컨테이너선은 화물창 내부에서만 컨테이너를 잡아주던 셀가이드를 갑판 위까지 확장시켰다. 이로 인해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셀가이드에 맞춰 적재하기만 하면 갑판 위에서 컨테이너를 따로 고정시키지 않아도 선체 구조가 컨테이너를 단단하게 잡아준다. 거친 해상 환경에서도 컨테이너 유실을 원천적으로 방지해 화물 손실과 해양오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셀가이드는 선체와 일체화 되어있기 때문에 구조 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운항 중 발생하는 진동을 줄이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기존 갑판 위를 덮는데 사용되던 해치커버는 셀 가이드 사이에 설치가 가능한 표준화된 ‘포터블벤치(Portable Bench)’를 새로 개발해 대체했다. 이를 통해 갑판 상하의 구조적 단절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더해, HD현대는 선박의 적재 효율을 높이기 위해 ‘트위스트락 루팅시스템(Twistlock Rooting System)’도 개발해 적용했다. 이 시스템은 셀가이드 범위보다 위에 컨테이너를 쌓게 되는 경우에도 컨테이너를 단단히 고정할 수 있는 방식이다.

셀가이드 위쪽에 적재되는 컨테이너와 셀가이드 내부에 탑재되는 컨테이너를 결합장치(Twistlock)로 체결해, 연결된 컨테이너가 전체 셀가이드를 포함한 선체 구조에 뿌리내리듯(Rooting) 단단히 고정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로 인해 셀가이드 높이를 넘어 적재되는 컨테이너도 별도의 래싱 작업 없이 안정적으로 고정할 수 있게 됐으며, 이러한 구조적 안전성을 바탕으로 실제 적재할 수 있는 화물의 중량도 기존 대비 10% 이상 늘어나 선주가 화물 적재 계획을 보다 유연하게 수립할 수 있게 됐다.

40피트 컨테이너 규격 ‘포터블벤치’…터미널 자동화 대응
해치커버는 갑판 위를 덮어 선체 내부에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동시에, 갑판 위에 컨테이너를 쌓을 수 있도록 컨테이너의 하중을 선체에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장치다. HD현대가 새롭게 개발한 포터블벤치는 셀가이드 사이에 설치가 가능하면서도 해치커버와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졌다.

여기에 더해, 포터블벤치는 40피트(ft) 컨테이너와 같은 규격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항만 터미널의 크레인이 일반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취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별도의 전용 장비나 작업 방식이 필요하지 않아 기존 항만 하역 시스템과의 호환성이 높다. 컨테이너의 위치와 규격을 기준으로 자동화된 크레인이 하역 작업을 수행하는 자동화 터미널에서도 활용이 용이해, 향후 항만 자동화가 확대될수록 그 장점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기대된다.

HD현대가 개발한 래싱프리 컨테이너선은 올해 1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주관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산업기술상인 ‘IR52 장영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아울러, 2024년 국제해사기구(IMO) 산하 화물 및 컨테이너 운송 전문위원회(CCC) 제10차 회의에서 '컨테이너 유실 방지 조치'에 관한 대한민국 대표 기술로 소개되기도 했다.

HD현대는 이처럼 대외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래싱프리 기술을 실제 선박에 적용해 인도까지 완료하며 상용에 성공했다. 래싱 작업을 없애 안전성과 적재 효율, 항만 자동화 대응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만큼 컨테이너 운반선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D현대는 앞으로도 선박의 안전성과 적재 효율, 자동화 수준을 높이는 기술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이뤄내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