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다가올 초대형 전기추진선 시대…HD현대의 선박 전동화 기술
전기차는 충전 인프라와 배터리 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빠르게 일상에 안착하고 있지만, 전기 추진 선박은 여전히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와 달리 선박은 수만 톤의 무게를 실은 채 수십 일 동안 바다를 항해해야 하고, 운항 중에는 자유롭게 충전할 수도 없다. 선박의 전동화는 어마어마하게 큰 배터리가 필요한 데다, 항해 방식과 추진 시스템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훨씬 더 복잡한 문제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선업계는 수소·천연가스·암모니아 등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전기로 모터를 돌려 배를 움직이게 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이 기술은 배기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은 물론 진동 및 소음도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 전동화 기술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전기를 만들고, 이를 분배·변환해 모터를 구동하는 것이다.
전기추진선박이 전기를 만드는 방식 – 에너지 믹스
HD현대는 이중연료 엔진(DFGE)과 암모니아 기반의 연료전지(SOFC)를 결합한 ‘에너지 믹스 전력 시스템’의 개발 및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먼저, 이중연료 엔진은 변동하는 전력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선박 운항시에는 추진 부하가 갑자기 커지거나, 선내 장비 사용량이 늘어나면 순간적으로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해질 때가 있다. 이중연료 엔진은 이와 같은 출력 증감에 상대적으로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
연료전지는 연료를 태워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 아니라, 연료의 화학에너지를 전기화학 반응으로 곧바로 전기로 바꾸는 장치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연료전지가 엔진이나 터빈처럼 열로 한 번 우회하지 않고 전기를 직접 만들어내기 때문에, 에너지 손실이 더 적고 전기효율도 더 높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뿐 아니라, 연료전지는 친환경적이기 때문에 탄소 규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바다에서 전기를 분배하는 방식, 직류
이렇게 생산된 전기를 효율적으로 분배·전환하는 핵심 기술이 고압직류배전시스템(Medium Voltage Direct Current), MVDC이다. MVDC는 1.5kV~100kV의 고압 전력을 직류로 송전하는 기술이다.
과거, 에디슨과 테슬라 사이의 ‘전류 전쟁’ 이후 교류 방식이 배전의 주류로 여겨져 왔지만, 바다에선 직류 방식인 MVDC가 그 판도를 바꾸고 있다. 기존 교류 방식에 비해 전력 변환 효율을 최적화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MVDC는 대형 전기추진선에 적용 시 전력 통합 효율을 최대 20%까지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D현대는 관련 기술 개발은 물론, 미국 선급협회(ABS)와 함께 설계 기준 및 국제 표준 정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HD현대는 2024년 5월 ABS와 MVDC 개발 및 선급 규정 정립을 위한 협력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성큼 다가온 추진 기술의 국산화 성공
선박 전동화 기술의 마지막 단계는 ‘추진’이다. ‘MMC(Modular Multilevel Converter) 구조의 고압 추진 드라이브’는 공급된 전기를 통해 모터의 힘과 속도를 정교하게 제어하는 핵심 장치이다.
이 장치는 전압 품질이 우수하고 정교한 출력제어가 가능해 은밀한 작전 수행이 필요한 전기추진함정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극저속 운항이나 급가속·급감속 등 돌발 상황에서도 안정적 운항이 가능하고, 기존 기계식에 비해 진동과 소음이 거의 없이 적에게 탐지될 위험도 현저히 줄어든다.
HD현대는 그동안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해 온 추진 드라이브의 핵심 기술을 2025년 확보하며 관련 시스템의 자립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그 결과, 발전·배전·추진으로 이어지는 전기추진플랫폼 전체를 국산화하는데 글로벌 조선업계 최초로 성공했다. HD현대는 오는 2028년 추진 드라이브를 정식으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초대형 전기추진선 시대
HD현대는 발전·배전·추진 전 주기를 아우르는 전동화 기술을 확보하며 초대형 전기추진선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HD현대는 지난 2025년 전시회 가스텍(Gastech)에서 ABS로부터 16K 컨테이너선 전기추진시스템 개념설계 인증(AIP)을 획득했으며, 전기추진 대형선박을 2030년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202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