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조선업의 중심 HD현대, APEC서 조선업의 미래 청사진 그려
HD현대가 지난 27일 경북 경주에서 ‘퓨처 테크 포럼: 조선’을 개최하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25 KOREA의 시작을 알렸다.
‘퓨처 테크 포럼’은 글로벌 산업을 이끄는 대표기업, 정부와 기관, 학계 등 관계자들이 모여 주요 산업의 현황을 살펴보고 향후 청사진을 밝히는 자리로, 이번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Summit)에서는 ▲조선 ▲방산 ▲유통 ▲AI ▲디지털자산 ▲미래에너지를 주제로 포럼이 차례로 진행됐다.
HD현대가 진행한 조선업 포럼은 ‘Shaping the Future of Shipbuilding’을 주제로 진행됐으며, 정기선 회장을 비롯한 HD현대 임직원, 헌팅턴 잉걸스, 안두릴, 지멘스 등의 포럼 연사, 조선업계 관계자, 학계 관계자, 정부 및 군 관계자 등 600여 명이 참석해 조선업의 미래를 공동으로 논의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 글로벌 혁신 동맹 필요성 강조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인공지능(AI)은 선박의 지속가능성 및 디지털 제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산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긴밀한 글로벌 혁신 동맹(Global Alliance of Innovation)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기선 회장은 AI 기반의 자율운항 기술이 이미 상용 단계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2년HD현대의 자율운항 전문 회사 아비커스(Avikus)가 실제 화물을 적재한 LNG 운반선에 자율운항 솔루션을 탑재해 태평양을 횡단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또한, AI는 운항뿐 아니라 조선소 건조 공정에도 적용되고 있다. HD현대는 디지털 트윈과 로보틱스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조선소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숙련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조선소의 생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정기선 회장은 한·미 조선 산업 협력을 강조하며 “HD현대는 첨단 역량을 기반으로 미국의 해양 르네상스를 위한 든든한 파트너로 여정에 함께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기조연설 이후에는 HD현대의 주요 협력 파트너들도 포럼 연사로 나서 조선업 혁신 및 협력 방안을 함께 논의했다.
해양 방위의 새로운 시대(The New Era of Maritime Defense)
존 킴(John Kim) 안두릴(Anduril Industries) 한국 대표는 드론과 미사일 등 복합 무인 위협이 빠르게 고도화되는 상황 속에서,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방위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존 방위산업이 가진 복잡한 조달 구조와 느린 개발 속도로는 새로운 전장 환경을 따라잡기에 한계가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서 직접 문제를 정의하고 빠르게 해결책을 구현하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안두릴 엔지니어들은 책상 앞이 아니라 장비가 실제로 운용되는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문제를 발생 즉시 수정하며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속도와 현장성, 자율성을 바탕으로 안두릴은 차세대 방위 기술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안두릴의 이러한 기술 개발 철학은 HD현대와의 무인수상정(USV) 공동 개발 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어서 발표를 진행한 김형택 HD현대 함정AI전문위원은 HD현대의 선박 자율운항(Vessel Autonomy) 기술과 안두릴의 임무자율화(Mission Autonomy) 기술을 결합해 차세대 무인수상정(USV)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HD현대의 선박 자율운항 기술은 이미 전 세계 200척 이상의 상선에 적용되어 운용 안정성과 효율성을 입증한 바 있으며, 다수의 무인 전력이 하나의 전술 단위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안두릴의 임무자율화 기술 또한 미군과 동맹군의 프로그램을 통해 검증된 바 있다.
이미 검증된 두 기업의 기술을 결합시킨 무인수상정은 기존 유인 전력 중심의 해양 작전 방식을 변화시키고, 해양 방위력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 산업의 현재와 미래(Maritime Industries: Present & Future)
패트릭 라이언(Patrick Ryan) 미국선급(ABS) 최고기술경영자(CTO)는 ▲AI ▲디지털 트윈 ▲스마트 조선소 ▲자율운항기술 ▲원격 검사 ▲로보틱스 등 조선업을 변화시키는 6가지 핵심 디지털 기술을 소개했다.
ABS와 HD현대는 AI 기반의 설계 지원 시스템을 공동 개발해 선박 설계와 규칙 검증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 설계 정확도와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데 힘쓰고 있다.
또한 ABS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실제 운항 중 발생하는 부식과 구조 응력 데이터를 가상 모델에 반영, 선박의 잔존 피로 수명과 구조 건전성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지보수 시점과 범위를 데이터 기반으로 판단할 수 있어, 과잉 정비를 줄이고 위험 요소를 사전에 대응할 수 있어 선박 유지관리 효율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 조선소 기술은 증강현실(AR)과 디지털 작업 지원 시스템 등을 활용하여 작업자의 현장 안전성과 정보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조선소 작업의 효율성과 일관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ABS는 HD현대가 수행한 대양 횡단 자율운항 실증 프로젝트의 데이터를 검증해 자율운항 기술이 실제 운항 환경에서 안전성과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원격 검사(Remote Inspection) 분야에서는 드론과 수중 ROV(Remotely Operated Vehicle)를 활용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선체 내부 수조와 협소 공간을 안전하게 점검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이를 통해 작업 안전성을 확보하고, 유지보수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패트릭 라이언 부사장은 마지막으로 사족보행 로봇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조선소와 선박 운용 환경에서 역할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며, 작업 자동화와 인력 확보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어 이정민 HD현대 AI전략팀장은 ‘데이터와 AI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해양 산업’이라는 혁신 비전을 공유했으며, ▲오션와이즈(OCEANWISE) ▲HD Agent ▲명장 Agent 등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자체 개발 AI 솔루션을 소개했다.
AI 기반 운항 최적화 솔루션인 오션와이즈는 실제 운항 데이터와 외부 해양 정보를 분석해 최적 항로와 엔진 출력을 자동으로 도출한다. 이를 통해 선박 운항의 패러다임을 기존의 경험 중심에서 데이터 기반의 체계적 의사결정 방식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HD Agent는 조선소 전문 용어와 작업 지식을 학습한 작업자 지원형 에이전트 AI로, 작업 지시, 품질 확인, 안전 교육등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다양한 언어로 번역해 생산 현장 내 의사소통의 정확성과 작업 효율을 향상시키고 있다.
명장(名匠) Agent는 숙련 엔지니어의 문제 해결 노하우를 AI로 모델링하여, 선박의 설계·생산 과정에서 즉시 진단과 해결 가이드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숙련 기술을 조직 전체에서 일관되게 활용하고 공유할 수 있다.
조선소의 미래: AI 기반 제조 혁신(Future of Shipyard: AI Driven Manufacturing Innovation)
조 보만(Joe Bohman) 지멘스(Siemens Digital Industries Software) CTO는 AI 기반 디지털 트윈과 마린 디지털 스레드(Marine Digital Thread)를 중심으로 한 조선 산업의 지능형 제조 혁신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기존에 설계, 생산, 유지보수 단계가 분리되어 운영되던 조선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전 과정을 하나의 데이터 흐름으로 연결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터를 AI 기반 디지털 트윈 환경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할 경우, 설계 단계에서 시공성과 선박성능을 사전에 검증할 수 있고, 생산 단계에서는 공정 오류와 재작업을 줄이며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운항 과정에서도 장비 상태 예측과 유지보수 시점의 최적화가 가능해져 생산 효율성과 품질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지멘스는 엔비디아(NVIDIA)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선박 설계 및 조선소 작업 환경을 실시간으로 시각화·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조선소 현장의 의사결정 속도와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이다.
최근 엔비디아가 공개한 한국 헌정 영상에는 HD현대가 등장하기도 했다. HD현대 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중인 장면과 선박의 명명식 행사 장면이 담겼으며, HD현대가 지멘스와 협업해 제작한 선박의 3D 설계 또한 등장했다.
이어 니콜라스 래드포드(Nicolaus Radford) 페르소나 AI(Persona AI) CEO는 인구 감소 및 고령화 추세, 숙련 노동자의 부족을 미래 산업 현장의 핵심 과제로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지능과 물리적 역량을 결합한 휴머노이드를 제안하고, HD현대와 공동 개발 중인 조선 산업용 휴머노이드의 현황을 공개했다.
페르소나 AI는 HD현대와 협력해 조선소 용접 작업에 특화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용접 작업을 세부 동작 단위로 분석하고, 모션 캡처를 통해 인간 작업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천 건의 물리 시뮬레이션과 강화학습을 수행하여, 로봇이 실제 작업 환경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고 있다.
HD현대와 페르소나 AI가 공동으로 개발하는 조선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은 2027년 조선소 현장 배치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며, 현재까지 계획에 따라 안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조선 분야에서의 한·미 간 전략적 협력(Strategic Collaboration between the US and Korea in Shipbuilding)
에릭 츄닝(Eric D. Chewning) 헌팅턴 잉걸스(Huntington Ingalls Industries) 부사장은 함정 사업 역량과 기업 미션을 설명하고, 한·미 조선업 협력 확대 계획을 밝혔다.
헌팅턴 잉걸스는 ‘미국과 동맹을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함정을 제공한다’는 미션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미국 최대의 방산 조선소다. 미 해군의 구축함, 상륙함, 항공모함, 핵잠수함에 이르는 핵심 전력을 건조하고 있으며, 설계부터 건조, 운영, 유지정비까지 전 주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헌팅턴 잉걸스는 HD현대와 한·미 조선산업 협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양사는 ▲미 해군의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조선 생산 역량 확충 ▲차세대 군수지원함 공동 개발 ▲설계·엔지니어링 R&D 및 작업 표준 공유 ▲ 인도·태평양 지역 해군 함정 정비·운영 협력 등 네 가지 분야에서 전략적 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2025.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