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R EN

핵잠수함 시대…HD현대의 잠수함 건조 역량

2025.12.08


지난 11월,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 내용을 발표하며 핵추진 잠수함 건조 추진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국내 조선업 기업들의 핵잠수함 건조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핵잠수함은 핵분열에서 나오는 막대한 에너지로 추진동력을 생산할 뿐 아니라 외부 공기 유입이 필요 없어 오랫동안 수면에 떠오르지 않고도 은밀하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으며, 최대 속력으로 원하는 작전해역으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다. 또한, 소형 원자로를 탑재하는 핵잠수함은 재래식 잠수함 대비 선체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더 많은 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추진동력원인 원자로에 대한 관리와 핵잠수함 특유의 소음 진동문제 등이 기술적 난제로 꼽히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핵잠수함 개발에는 상당한 수준의 엔지니어링 역량과 국가 차원의 건조 및 운영기반 조성이 필요하다.

HD현대는 미국과 협력해 SMR(소형모듈원자로) 추진선 개발 등 차세대 원자력(핵) 추진 선박 분야를 선도해 나가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 해군의 주력 잠수함 성능개량 사업을 수주했으며 잠수함 해외 수출을 앞두고 있는 등 잠수함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HD현대의 국내 잠수함 건조 실적…잠수함 건조 역량 더 늘려
HD현대중공업은 지금까지 총 9척의 잠수함을 건조했다. 이중 지난 2007년 ‘손원일함’을 시작으로 총 6척의 장보고-II 급의 1,800톤급 잠수함을 성공적으로 인도한 바 있다. 또한 장보고-III 배치-Ⅰ급의 3,000톤급 잠수함 ‘신채호함’을 건조, 21년 9월 진수하였으며, 24년 4월 인도했다. 이에 더해, 대한민국 해군의 주력인 장보고-II 급의 1,800톤급 잠수함 3척에 대한 성능개량 사업을 수주하는 등 잠수함 분야 앞선 기술력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16년 대한민국 해군에 인도한 1,800톤 잠수함 윤봉길함의 시운전 모습. 올해 6월에는 해당 디젤 잠수함의 창정비를 완료하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 정우만 상무는 HD현대중공업의 25년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얼마 전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을 통해 자체적인 건조 능력이 늘어났다"며 "한국 해군의 전투함이나 잠수함, 캐나다 잠수함, 핵추진잠수함 등을 고려해서 잠수함 건조 역량을 더욱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고, 그렇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HD현대의 잠수함 기술력… 잠수함에 리튬전지 최초 적용하기도
HD현대중공업의 잠수함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단적인 사례로는 국내 최초의 리튬전지(리튬이온폴리머)를 이용한 잠수함용 전원공급체계 개발을 들 수 있다.

잠수함은 물속으로 잠항하는 순간부터 외부 공기와 차단되어 엔진 가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중 항해를 위해서는 전기에너지 저장장치를 활용하여 전력을 공급받아야 한다. 리튬 전지는 기존에 잠수함에 주로 사용되던 축전지보다 에너지 저장량이 우수하고 경량화가 가능해 공간이 협소한 잠수함에 적용할 경우 장점이 극대화된다.

HD현대중공업은 이러한 리튬 전지 전력공급체계 적용을 통해 잠수함의 가장 중요한 성능 중 하나인 잠항 지속시간을 1.5배 이상 높였다. 수중최대속력 지속시간 역시 3배 이상 향상시키는 성과를 달성했다.



HD현대, 페루에 잠수함 수출 앞둬
HD현대중공업은 페루 시마 조선소와 최근 페루 1,500톤급 잠수함 공동개발 및 건조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HD현대중공업 최태복 상무는 "시마 조선소와 잠수함 개발 실적을 갖게 되면 앞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수출용 잠수함에 대한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잠수함은 페루 잠수함 모델이 만들어지면 포르투갈 등 다른 나라도 관심이 있기 때문에 2,000톤급 이하 잠수함에서 우리가 수출 경쟁력 가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진. HD현대중공업이 자체 개발한 수출용 잠수함(HDS-2300)의 조감도.


HD현대, SMR 원천 기술력 확보에 박차
HD현대는 핵추진 잠수함의 동력원으로 작용하는 원자로의 일종인 SMR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SMR는 기존 대형 원전보다 발전 용량과 크기는 작고, 안전성은 높은 500메가와트(㎿)급 이하 차세대 원전을 뜻한다.

2024년 12월, HD현대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의 대표적인 SMR 기업인 테라파워로부터 원통형 원자로 용기(Reactor Vessel) 제작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해당 원자로 용기는 테라파워가 미국 와이오밍주 캐머러시에 설치할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Sodium Fast Reactor, SFR)에 탑재될 예정이다. SFR은 SMR의 한 종류로, 안전성과 기술의 완성도가 높으며 기존 원자로 대비 핵폐기물 용량이 20분의 1 수준으로 적어 차세대 SMR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다.

사진. 지난 8월 22일, HD현대 정기선 회장과 테라파워 빌게이츠 창립자가 만나 소형원자로 공급망 협력을 논의했다.


HD현대는 제조업 분야에서 쌓아온 폭넓은 경험과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나트륨 원자로의 상업화 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HD현대는 이어 올해 3월 테라파워와 협약을 체결, 나트륨 원자로에 탑재되는 주기기를 공급하기 위해 최적화된 제조 방안을 연구 및 도출할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나트륨 원자로의 본격적인 상업화을 추진하기 위해 제조 기반을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HD현대는 국내에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배인 SMR 추진선도 만들고 있다. SMR 추진선과 핵추진 잠수함은 원천적으로는 동일한 기술로 알려져, 핵추진 잠수함 건조 시에 해당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HD현대는 올해 2월, 미국 휴스턴에서 SMR 기술을 적용한 컨테이너선 모델을 최초 공개했다. HD현대는 15,000TEU급 컨테이너선종을 용융염원자로(MSR) 엔진 방식으로 개발 중이다. MSR은 고온에서 녹은 소금(용융염)을 냉각재 겸 연료 매개체로 사용하는 SMR이다. 이 SMR 추진선의 현재 개발률은 50% 정도로, 개발 완료 시점은 오는 2030년이 목표다.

앞서 HD현대는 미국선급(ABS)으로부터 SMR 기술을 적용한 15,000TEU급 컨테이너선 설계모델에 대한 기본인증(AIP)을 획득한 바 있다.

사진. HD한국조선해양이 공개한 1만5천TEU급 SMR추진 컨테이너 선박 조감도.


또한, HD현대는 지난 2022년 11월, 테라파워에 3,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그룹이 보유한 원자력 분야의 역량을 활용해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장기적으로는 해상 원자력 발전, 원자력추진선박 분야의 미래 기술을 선점해 나가기 위해서다.

핵잠수함은 글로벌 해군력을 결정짓는 ‘게임체인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HD현대는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협업하고 기술력을 고도화하며 핵잠수함 시대를 준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