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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단배’에서 발견한 미래형 선박…HD현대의 풍력보조추진장치

2026.03.09


기원전 3500년경, 인류는 돛단배를 타기 시작했다. 이후 수 천 년 동안 선박은 돛과 바람을 주요 추진력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19세기, 증기기관의 등장과 함께 선박에서 돛의 역할은 점차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오늘날 '돛'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조선업계에 다시 돌아왔다. 바로 풍력보조추진시스템(WAPS, Wind Assisted Propulsion System)이다.


 

풍력보조추진시스템은 바람의 힘으로 선박의 추진력을 보태, 연료 소비를 줄이는 차세대 기술이다. 조선·해운 산업이 탄소중립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에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비행기 날개와 유사한 ‘윙세일’의 원리 활용


 

풍력보조추진시스템의 대표적인 예로 윙세일(wing sail)이 꼽힌다. 윙세일은 비행기 날개처럼 생긴 ‘세로로 선 날개’에 가깝다. 바람이 불면 윙세일에는 양력(揚力)이라는 힘이 생긴다. 양력은 원래 비행기를 위로 들어 올리는 힘인데, 선박에서는 앞으로 나아가게 돕는 힘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윙세일은 어떤 원리로 연료 효율을 높이게 되는 걸까?


 

윙세일이 바람으로 힘을 보태 주면, 선박이 같은 속도로 나아가기 위해 추진엔진이 만들어내야 할 추진력이 줄어들게 된다. 즉, 엔진 부하가 감소하면서 연료 소비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선박 설계로 최적화된 윙세일 제시


 

윙세일은 크게 두 가지의 힘을 만든다. 선박을 앞으로 밀어주는 추력(推力, Thrust)과 좌우로 밀어내는 힘인 측력(側力, Lateral force)이다. 문제는 추력뿐 아니라 측력이 동시에 발생해 선박이 옆으로 밀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선체와 러더를 이용해 방향을 잡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추가 저항이 발생해 연비 개선 효과가 일부 상쇄될 수 있다.


 

따라서 연료 효율을 극대화하려면 윙세일 성능뿐 아니라 설치 위치, 선체 형상, 러더 설계, 운항 조건까지 고려한 통합 설계가 필수다.


 

세계 최대 조선사를 보유한 HD현대는 반세기 동안 축적된 선박 건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선박 전체 시스템을 고려한 윙세일을 자체 제작한다. 이는 풍력보조추진시스템의 연료소비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요소다.

 


HD현대가 자체 개발한 윙세일을 선박에 탑재, 해상 실증에 돌입한 모습.


윙세일, 해상 실증에 나서


 

HD현대는 2025년 6월, 국내 최초로 윙세일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이 윙세일은 높이 약 30m, 폭 약 10m 규모의 대형 구조물로, 주 날개 양측에 보조 날개를 부착해 풍력 활용 효율을 높였다. 기상 악화나 교량 통과 시 날개를 접을 수 있는 ‘틸팅(Tilting)’ 기능을 적용해 다양한 해상 환경에서 운항 안정성도 확보했다.


 

지난 1월, HD현대는 자체 개발한 윙세일 시제품을 선박에 탑재하고 본격적인 해상 실증에 돌입했다. 실증 선박은 HMM이 운용 중인 5만 톤급 탱커선으로, 구조 안전성과 기본 성능 검증을 마친 뒤 시운전과 한국선급(KR) 검사를 모두 완료했다.


 

HD현대는 실제 해상 환경에서 윙세일의 작동 특성을 분석하고, 연비 개선 효과 및 탄소 배출 저감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 데이터는 향후 풍력보조추진 시스템의 성능 고도화와 상용화 모델 개발의 핵심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바람의 힘을 줄여주는 기술, 풍저항감소장치


 

윙세일이 바람의 힘을 활용하는 기술이라면, 반대로 바람의 힘을 줄이는 기술도 있다. 바로, 풍저항 감소장치이다.


 

HD현대는 별도의 전력소모 없이도 바람 저항을 저감하는 풍저항 감소장치 Hi-ARS(Air Resistance Saver)를 적용하고 있다.
 



초대형 LNG 운반선에 탑재된 Hi-ARS.
 

Hi-ARS는 선박의 역학을 고려해 선수부에 구조물을 설치함으로써 배 앞머리로 불어오는 바람을 효과적으로 제어해 선박 앞쪽에 큰 소용돌이를 만든다. 이로 인해 뒤따라오는 바람은 자연스럽게 선박 위로 흘러가게 된다. 그 결과 선박에 가해지는 바람의 저항이 줄어들고, 그만큼 연료를 아낄 수 있다.


 

Hi-ARS는 HD현대가 최근 인도한 17만 4천 세제곱미터(m³)급 초대형 LNG운반선에 처음으로 탑재됐고, 향후 제작될 LNG운반선을 포함해 다양한 선종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